로맨스야설

고교생일기 - 1부 18장

본문

 은근히 꽤 걸리네요. "




인천에서 통학하던 윤아영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 그러게. 집이랑 비슷하네. "




" 명색이 역세권인데, 죄송해라. "




" 그래도 같이 오니까 금방이던데. 히히. "




백치마냥 배시시 이쁘게 웃는 윤아영을 보니 잘못한것도 없이 괜시리 미안했다.




" 나름대로 알아봤는데, 어려서 면허를 못 따더라구요. "




" 으이그.. 합격해서 같이 다닐 생각은 안하고. 일년만 바짝 하면 예쁜 여자친구랑 같이 수업도 듣고, 통학도 매일매일 같이할텐데. "




" 근데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시게요? "




나도 어떻게 해결하지?




" 나는 학식 먹으면 되는데.. 은성이 너는 어떡하지? "




" 전 괜찮아요. 근데 학식이 뭐에요? "




" 학관 2층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내 식당이 있어. "




" 얼마쯤 하는데요? "




" 4천원대? "




" 그냥 나와서 드세요. 돈은 과외비 선불로 드리죠, 뭐. "




" 돈 아깝게 뭐하러 그런 짓을 해? "




나는 그녀의 토실토실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 스키니진 안에는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와는 달리 조금 군살이 붙어 더욱 섹시한 허벅지가 숨어있다.


누나는 싫지는 않은듯 했지만, 캠퍼스 내에서 교정을 걷다가 벌써 핀슨홀이 보일만큼 종착지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쓰다듬던 손을 떼냈다.




" 먹는건 아끼지 말라던데요. 프랑스 문화에서. 흐흐. "




그렇게 되면 누나는 아끼면 안되나?




" 걔들이 얼마나 경제적인데. 좀 배워봐. "




그래도 돈이 있으면 아낄땐 아끼더라도 이럴땐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야 점수를 따지 않겠어요?


도로의 가로수와 작은 동산을 지나 문과대학으로 오르는 언덕이다.




" 여기에요? "




" 응. 데려다줘서 고마워. "




" 데려다주긴.. 전 여기 처음 와보는데요. 누나가 데려다준거죠. "




" 말도 참 잘해, 우리 남자친구. 히히.. "




나는 지갑에서 십만원을 꺼내 누나의 작은 손에 쥐여주었다.




" 밥 비싸다고 아끼지 말고 제대로 먹어요. 보니까 런치 제대로 먹으면 십만원은 그냥 넘는다는데. "




" 됐다니까! "




" 누나, 이따가 네시쯤에 데리러 올게요! "




나는 재빨리 돌아온 길로 뛰어가며 발만 동동 구르는 아영이 누나를 뒤로한 채 캠퍼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핸드폰이 부르르 진동해서 보니까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였다.




-


이따가 점심에 누나랑 신촌에서 밥먹자.


혼자 궁상떨지 마! ㅎㅎㅎ..


십만원이나 주고가서 난감하네. 열두시 십분까지 와.


어딘진 방금 왔으니까 알지?




반쪽♡


-




어딘지 모르게 조금 낯뜨거웠지만..


그래도 밥은 혼자 안먹겠구나.




-*-




신촌 시내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그동안 뭐할까, 하고 고민중이던 차에 손목에 차인 시계를 보니 여전히 열한시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꽤 덥다.


더워지니까 여자들의 옷이 점점 가벼워지는구나. 히히..


선천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운것을 더 잘 느끼기 때문에 그런걸지도.




생각없이 돌아다니다가 종로 귀금속상가를 지나쳤다.


불현듯 생각난 커플링..


아직 좀 이른가?




누나의 하얀 손이 갑자기 허전하게 느껴졌다.




" 그리고 어디 반지라도 있으면 임자있는 여자라는걸 알아볼테니 집적거리진 않겠지. "




엄청 좋은 생각이네. 흐흐.


근데 누나 생일도 모르고 손가락 호수도 모르고.. 


자기 여자친구에 대해 아는건 이름 석자와 학적, 그리고 집 주소나 간단한 신상정보뿐이라는게 참...




귀금속 상가도 지나고보니 PC방이 있어서 시간이나 때울겸 들어갔다.


그러고보니 누나랑 처음 만난것도 PC방이였는데..


그동안 게임 접속을 안하고도 용하게 살았다.




대충 오늘 할 일도 떠올려가면서 카드를 들고 맨 뒤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했다.




" 누나랑 밥먹고, 헬스라도 다녀온 뒤에 누나 데리러 오고, 호구조사도 좀 하고. "




일단 생일부터, 그 다음은 커플링 호수부터..


굳이 누나랑 내가 사귄다는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거나 하는 생각은 아녔다.


단지 그냥 너무 예쁜 여자친구한테 집적거리는 발정난 개새끼들을 미리 떨구려는 부적 정도?


그래도 달려드는 놈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접속해보니 예전이나 다름없이 반겨주는 폐인들이 있구나.


그동안 뭐 했냐고 하자 대답이 궁해졌다.




여자친구도 만들고, 동정도 떼고 진도를 한번에 다 나갔습니다.




그럼 믿을까?




-*-




연세대 다니는 학생도 아닌데 건물 앞에서 서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뻘쭘했다.


막상 캠퍼스 내에 있는 사람들은 신경쓰는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조금 숨어있으려던 차에..




탁! 




" 헉! "




" 서방님, 여기서 뭐해? "




" 깜짝이야. 어디로 나온거에요? "




" 건물에 문이 하나뿐이겠어? 바보. "




" 인기척도 없이 뒤에 딱 서있으니까 그렇죠. 나 은근히 새가슴인데.. "




" 히히. 뭐 먹고싶어? 누나 오늘은 탄창에 총알이 꽤 가득해. "




윤아영이 장난스레 지갑을 흔들며 웃자 나도 빙긋 웃었다.




" 전 돈까스요. 김밥천국. 왕돈까스가 먹고싶어요. "




" 좀 고급스러운것좀 먹어봐. 누나 체면이 있지. "




" 예를 들어? "




" 포크 커틀릿. 히히.. "




나는 실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 그럼 레이디, 킹 포크 커틀릿을 먹는 영광을 제게 안겨주시겠습니까? "




누나는 짐짓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내민 손에 살짝 손을 올려놓았다.




" 허락하겠어요. "




그러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렸지만, 우리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깍지를 끼고 나란히 걸어갔다.


날씨도 좋고, 옆에서 재잘거리는 미인도 좋고. 모든게 좋은 정오였다. 




&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매일 올릴 수 있을정도로 살짝 속도를 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최장편으로 어렴풋이 종착지를 잡았습니다. 흐흐. 자세한건 집필실 자유게시판 공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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