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뇌정풍운(雷霆風雲) - 2부

본문

계단은 곧 끝났고 곧 옆으로 굽어진 통로가 나타났다. 그 어둑한 그 밀로를 이현성은 더듬더듬 걸어갔다. 만일 향기의 유혹이 없었다면 그 어둡고 음습한 통로를 들어갈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백여 보쯤 갔을까?




‘이…이럴 수가!’




이현성은 두 눈을 휘둥그래 뜨며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그의 앞에 실로 상상도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지하공동(地下空洞)-!


사방 일 마장, 높이 백여 장쯤 되는 지하광장이 이현성의 눈앞에 벌려 있었다.


그 지하광장의 중앙, 집채만한 짐승의 뼈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일종의 도마뱀같은 형상의 짐승뼈인데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무려 이십여 장에 달했다. 또한 가장 높은 가슴부위의 흉골은 굵기가 한아름이고 높이는 사오 장이나 되었다.




‘공룡(恐龍)화석이다! 이건 티라노사우루스인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현성의 눈이 반짝 이채를 발했다.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서 수없이 접한 적 있는 공룡의 뼈였다. 게다가 거의 아무런 손상없이 똑바로 서 있다는 것만 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완벽한 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인가 뭔가 하는 곳에도 없을 거야!’




이현성은 경외감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때 예의 그윽한 향기가 다시 이현성의 코끝을 간질렀다.




‘저기다! 저 가슴 사이에서 나는 향기다!’




이현성은 눈을 번뜩이며 공룡의 가슴 부위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또 하나의 동굴 같은 공룡의 흉골, 그 가운데에 높직한 흙더미같은 것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흙더미 꼭대기에는 하나의 기이한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잎사귀는 전혀 없고 두툼한 가지만 하나 나 있는 형상의 풀…, 어찌 보면 지초(芝草)나 버섯의 일종같고, 또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동물같기도 했다. 전체의 색깔은 새빨간 색인데 은은히 황금빛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의 향기는 바로 그 괴이한 지초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그 지초는 무르익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설마 이건 말로만 듣던 영약! 일반인이 먹으면 무병장수(無病長壽). 무림인이 먹으면 절정고수!’


하지만 이현성은 그것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잠시 주저했다. 과연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데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계양산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자신이 말로만 듣고 꿈에만 그리던 무림에 떨어진 지도 몰랐다. 떨어진 김에 총각딱지도 반쯤 떼고…. 하여튼 이 개연성없는 상황에 영약 따위가 뚝 떨어진 다고해도 말이 안 될 것은 없지만 영약이란 놈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원래가 독이 있는 것들이 울긋불긋 색깔이 예쁘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한 설사 진짜 영약이라 하더라도 잘못 먹었다가 골로 가면 어쩌란 말인가.




‘시… 시체(屍體)! 또냐!’




주저하던 이현성의 눈이 갑자기 부릅떠졌다. 그의 시야로 흙더미 옆에 누워 있는 한 구의 시체가 들어온 때문이다. 시체는 아주 오래전에 죽은 듯 앙상한 해골이 되어 있었다.


해골이 걸치고 있는 옷은 다 삭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이현성의 눈에도 무림인의 복장으로 보였다. 게다가 그 시체의 옆에는 유치찬란하게도 은은한 홍광(紅光)을 흘리는 보홀(寶笏)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현성은 호기심이 생겨 그 보홀을 집어들려 허리를 숙였다. 이현성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보홀의 광채에 비친 바닥에 무언가 글씨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성은 보홀의 보광을 빌어 바닥에 새겨진 글을 읽어보았다.




<하늘이 끝내 노부 열화지존(熱火至尊)을 버리는 도다! 천고영약(千古靈藥)을 눈앞에 두고도 죽어야만 하다니…!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다. 다만 악적 자부천존(紫府天尊)의 간악한 마각을 세상에 폭로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은 실로 놀라운 무림비사를 담고 있었지만…….


이현성은 읽을 수 없었다.




“에 이건 天… 에 老父…에 熱火至 에 존인가?… 에 그리고&#8231; &#8231; &#8231; 이게 어. 이 글자는 千古靈藥 인가?”




열화지존(熱火至尊)!


만일 무림인이 그 이름을 접했다면 대경실색했을 것이다. 열화지존은 지금으로부터 칠백년(七百年)전에 살았던 인물이었고 지금까지 이름이 전해지는 초고수중 한명인만큼 열화지존이란 이름은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열화지존이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질구레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이현성은 어차피 읽지도 못하니 그런데 관심 없었다. 단지 ‘千古靈藥’이라는 네 글자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우후훗. 상황으로 보아 저걸 말하는 거겠지.’




이현성은 배고픈 것도 잊고 공룡 뼈에서 자라고 있는 풀을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히 이현성은 알 리가 없지만 그것은 만년용정혈지(萬年龍精血芝)라고 하는 것으로 공룡의 쓸개를 영양분으로 자라는 것이었다. 만일 완전히 숙성된 용정혈지를 복용하면 무적의 내공과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불사의 몸이 되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절&#8231;대&#8231;로&#8231; 있을 리 없는 영약이었다. 




본래 용정혈지는 인간과 별 인연이 없는 물건으로 완전히 숙성된 뒤 한 시진 후면 그대로 녹아 산화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때맞춰 용정혈지를 취할 자가 있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현성이 한동안 뿌듯한 모습으로 용정혈지를 바라보는 동안 장내는 짙은 향기에 휩싸였다.




“저…저런!”




이현성은 갑작스런 변화에 깜짝 놀랐다. 농익을 대로 농익은 용정혈지가 머리부분부터 흐물흐물 녹아내리지 않는가? 드디어 그 천고영물이 만 년의 생명을 마치고 산화되려는 것이다!




“안 돼!”




고 삼(高三), 남들 놀 때 같이 놀고 남들 공부할 때 혼자 읽었던 무협지가 몇 권이던가. 그도 용정혈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현성은 아까운 마음에 앞 뒤 안 가리고 득달같이 공룡의 쓸개더미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입을 한껏 벌려 용정혈지의 머리부분을 덥썩 베어 물었다. 순간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용정혈지는 마치 눈이 녹듯이 녹아 이현성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황홀한 감미(甘味)-! 이현성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용정혈지의 황홀한 맛에 취해 온몸의 터럭이 남김없이 모두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이현성은 용정혈지를 뿌리 채 뽑아 그것에 묻은 흙을 털어낼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남김없이 입 안에 틀어넣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던데.’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갑자기 아득한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설…마……. 잘 못 먹은 건가…. 젠장.”




이현성은 깜짝놀라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그대로 지진룡의 쓸개더미 위에 너부러졌다. 그리고는 요란하게 코를 골며 죽음같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잠이 든 이현성의 몸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푸스스스!


이현성의 전신 팔만사천 모공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푸르스름한 그 연기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현성의 전신 혈맥(血脈)과 심맥(心脈)에 쌓여 있던 노폐물이 타면서 생기는 연기였다. 용정혈지의 지고한 약효는 이현성의 전신을 깨끗이 정화(淨化)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인간은 모체(母體)에서 생성될 때만 해도 몸속에 노폐물이 전혀 없고 온몸의 혈도가 타통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름하여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상태이며 원영지체(元瓔之體)의 몸인 것이다. 그 때는 기맥이 막힘이 없고 영혼이 자연과 막힘없이 교통한다. 그러던 것이 화식(火食)을 하며 몸안에 노폐물이 쌓이고, 오독(五毒)에 노출되면서 자연과의 연결이 끊겨진다. 그 폐해는 실로 엄청나 갖가지 질병이 생기고 노화가 촉진되어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후천적으로 자신의 몸을 다시 천인합일, 원영지체로 되돌리는 방법은 있다. 영약으로 벌모세수(伐毛洗髓)하는 것과 내공을 연마하여 임독이맥(任督二脈)을 타통시키는 것 등이 그 방책이다. 하지만 영약은 인연이 닿아야 얻을 수 있고, 내공의 힘으로 임독이맥을 타통시키는 것은 실로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오죽했으면 이를 일컬어 생사현관(生死玄關)이니 천지교태(天地交胎)니 했겠는가? 헌데 지금 이현성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다름 아닌 벌모세수(伐毛洗髓), 환골탈태(換骨奪胎)의 현상인 것이다. 이제 그는 영원히 늙지도 않고 오독(五毒)에 침해받지 않으며, 전신의 경맥이 막힘이 없어 어떤 무공이라도 일사천리로 익힐 수 있는 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천고기연(千古奇緣)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내막을 모르는 이현성은 그저 죽음같이 깊은 꿈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크아아악!”




꿈결같이 들리는 처절한 비명소리에 이현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엇! 이럴 수가…’




정신을 차린 이현성은 깜짝 놀랐다. 어둠 속에서도 주변의 모습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안경을 쓸 정도로 별로 좋지 않았던 시력이 멀찍이 바닥 위를 기어가는 지네의 발가락 하나하나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변해 있었다. 변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마치 깃털인 양 가뿐하게 변해 있었다. 발을 구르면 하늘 끝까지라도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의 키도 조금은 커진 것 같았고 피부도 부드러워 진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몸에 걸친 옷은 금방이라도 삭아 떨어질 것처럼 너덜너덜 하게 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이십 평생을 공해에 찌든 세상에서 유독약품으로 표백한 나물, 유통기한 지난 삼각 김밥, 생선찌꺼기로 만든 어묵, 염색한 고춧가루, 납 꽃게 따위를 먹고 살았으니 몸에 쌓인 독기가 오죽하겠는가. 




‘내 몸이 이렇게 변하다니…! 영약의 효능 덕분일까?’




이현성은 예전보다 근육질이 된 듯한 자신의 몸을 살펴보며 당혹한 표정이 되었다. 이현성이 발걸음을 옮기자 그의 발치에 있던 쓸개더미가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그것은 용정혈지에 모든 자양분을 빼앗겨 푸석푸석해져 있는 상태였다. 부서져 내리는 쓸개더미에서 내려서던 이현성은 쓸개더미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현성은 호기심에 쓸개더미를 파헤쳐 보았다. 이내 그는 은은한 핏빛을 띤 기이한 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롱한 광채를 발하는 보석조각들…! 그것은 바로 공룡의 쓸개가 만들어낸 일종의 담석(膽石)이었다. 




이현성이 시험삼아 그것으로 돌바닥을 그어보니 단단한 청석의 돌바닥이 두부처럼 힘없이 베어졌다. 만일 그것으로 암기를 만든다면 철벽을 종이처럼 뚫는 무서운 암기(暗器)가 될 것이다.




‘나이스. 이거 돈 되겠다!’




이현성은 염두를 굴리며 그 돌 조각들을 모았다. 헌데 이현성이 한창 그것들을 긁어모을 때였다.




“크아아악!”


“케에에엑!”




어디선가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동굴의 깊은 안쪽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




하도 많이 놀랐더니 이제 더 놀랄 것도 없었지만 이현성은 그래도 흠칫 일어섰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 보니 비명소리뿐만 아니라 요란한 폭음과 금속성이 연이어 들리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보자!’




이현성은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고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현성의 앞쪽에서 돌연 한줄기 빛이 나타났다. 이현성은 급히 빛줄기가 번져나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빛줄기는 석벽의 갈라진 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현성은 석벽의 틈바귀에 눈을 갖다 대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헉…!’




석벽의 안쪽을 들여다보던 이현성은 그만 얼굴이 벌개져 버렸다. 




갈라진 석벽의 안쪽은 한 칸의 석실이었다. 장방형인 그 석실의 사면 벽에는 여러 개의 등이 걸려 대낮같이 환했다. 석벽의 틈으로 흘러나온 빛들은 바로 그 궁등들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 환한 궁등 아래에는 하나의 넓직한 침대가 놓여 있었으며 침대 위에는 지금 한 명 반라(半裸)의 여인이 반듯이 누워 있었다. 깊이 잠들었는지 눈을 꼭 감고 있는 그 여인은 삼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 여인의 나이는 이미 마흔에 가까웠다. 그윽한 기품과 고아한 품성이 배어 있는 얼굴과 온화한 표정은 자애로운 자모관음(慈母觀音)을 연상케 했다.




여전히 백설같이 희고 매끄러운 윤기를 간직한 피부의 소유자인 그녀의 몸에 걸쳐진 것이라고는 그저 한 겹 매미날개같이 얇은 나삼(裸衫)뿐이었다. 그 때문에 여인의 난숙한 육체의 신비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였다. 그것은 오히려 완전히 벗고 있는 것보다도 한층 더 고혹함을 풍겼다. 살짝 벌어진 나삼 저고리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붕긋한 젖가슴은 이미 수유(授乳)를 경험한 탓인지 처녀의 그것 같은 팽팽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커다란 크기와 중량감, 그리고 넉넉해 보이는 형태는 절로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켰다. 




“…!”




이현성은 숨이 막힘을 느꼈다. 




‘봐선 안 돼! 아무리 치마만 두르면 좋아하는 군바리라도, 절조가 없다!’




이현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여인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하지만 시선을 떼었음에도 여인의 몸매가 여전히 눈 앞에 아른거리며 야릇한 충동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일었다. 




‘젠장 아까 그 미친 아줌마 때문이야. 거의 막판까지 가서 빼는 바람에. 욕구불만만 높아졌잖아!’




이현성은 아쉬움에 몸을 떨었다.


그는 본래 자신을 괴롭히는 누나들의 등살에 연상이라면 질색을 해 왔다. 자기보다 한 살만 나이가 많아도 껄끄러움을 느꼈는데 지금의 그는 자꾸만 이상한 방면으로 상상이 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생각대로 칠색화모에게서 도발적인 자극을 경험한 탓이었다.




이현성이 그렇게 성적(性的)인 혼란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그 석실 한 쪽의 석문이 옆으로 열리며 누군가 실내로 들어섰다. 이현성은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




들어선 자는 아주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깡마른 체구에 눈두덩이가 움푹 들어가 음침하고 사악한 인상을 풍겼다. 그 자는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흐흐! 다정관음(多情觀音)! 네년은 곧 나 색혼야차(色魂夜叉)의 것이 될 것이다”




음침한 인상의 중년사내, 색혼야차는 히죽거리며 여인의 저고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여인의 젖가슴을 주물러 대기 시작했다.




‘저…저 개자식!’




이현성은 미부의 탐스런 젖가슴이 색혼야차의 음탕한 손길에 유린당하는 것을 보며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 




“머지않아 네년의 남편이 이리로 들이닥칠 것이다! 흐흐! 하지만 그놈이 얻게 될 것은 허수아비가 된 네년의 육체와 처절한 배신감뿐일 것이다!”




색혼야차는 혼자서 주절대며 쉴새없이 손을 움직였다. 그 자의 손길은 젖가슴에서 떠나 불룩한 배를 쓰다듬더니 이윽고 미부의 하체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흐흐…!”




여인의 다리 사이 어둑한 계곡으로 손을 밀어 넣으며 색혼야차는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그 자는 손가락을 능란하게 움직이며 여인의 몸속 깊이로 침입했다. 그 자의 손가락이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드나들고, 그와 함께 야릇한 소리가 이현성의 귓전에도 생생하게 들렸다.




헌데 목석같이 누워 있던 여체에 기이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미부의 풍만한 둔부가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더니 어느 순간부터 꼭 붙었던 허벅지가 천천히 좌우로 벌어지지를 않는가?


그와 함께 잠든 여인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더 없이 예민해 진 이현성의 귓전에 또렷이 들렸다. 여인의 숨결이 점점 더 거칠어져 가고, 그녀의 풍요로운 하체는 미묘한 율동으로 뒤틀렸다.




“흐으! 도저히 못 참겠군! 능가놈이 도착하기 전에 이 계집을 한 번 즐겨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색혼야차는 헐떡이며 급히 자신의 하의를 까 내렸다. 불끈 튀어나오는 흉측한 양물. 그 자의 흉물은 보통의 그것보다도 특별히 장대하고 또 흉측했다. 핏줄이 툭툭 불거져 휘감긴 그 모습은 흡사 징그러운 뱀의 형상이었다. 하의를 벗어 내린 그 자는 이어 미부의 치맛자락을 훌렁 걷어 올렸다. 그 때문에 그나마 속이 내비치는 나삼에 가려져 있던 중년미부의 하체가 궁등의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도 희고 흐드러진 허벅지로 인해 그녀의 중심부에 자리한 수림지대는 한층 더 검게 보였다.




‘저… 씨바 새끼!’




이현성은 눈깔이 뒤집혔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하더라도, 이현성이 가장 싫어하고 재수없어 하는 것이 바로 강간이었다. 남자망신 시키는 저런 종자들은 전부 고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그의 엄중한 분노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기운을 색혼야차를 향해 발산시켰다.




“흐흐흐흐!”




어느 덧 미부의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일부를 여체의 중심부로 압박해가던 색혼야차는 등골을 엄습하는 오싹함에 흠칫 놀랐다. 기이한 살기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느낀 때문이다. 그는 급히 미부의 몸에서 떨어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웬놈이냐!”




뜨겁게 달아올랐던 실내의 열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색혼야차의 안광이 줄기 줄기 살기를 내 뿜었다. 깜짝 놀란 이현성은 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 하는 느낌이었다. 역시 무림고수라 숨소리도 죽이고 있는 자신의 기척을 발견해 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용형혈지의 효과 때문에 생긴 암중의 잠력을 발산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돌연 한 소리 앙칼진 여인의 교갈이 실내의 긴장을 깨었다. 이현성의 시야에 석실의 문간에서 옆구리에 손을 올린 채 성난 표정으로 우뚝 서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미친 아줌마!’




이현성의 눈이 부릅떠졌다. 나타난 여인은 바로 이현성의 동정을 앗아갈 뻔했던(반쯤은 뺏어간-_-) 요부(妖婦) 칠색화모였던 것이다.




‘미친 아줌마와 한통속이라면 색혼야차라는 저자도 사대흉신(四大凶神)의 한 명이 아닐까?’




이현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실내를 주시했다.




“하하! 막내. 너였구나. 무얼 화를 내고 그러냐? 이 계집은 어차피 우형의 노리개가 되기로 되어 있지를 않는가?”




긴장한 채 살기를 발산하던 색혼야차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여체에서 멀어졌다. 그 자의 몸 아래에 깔릴 뻔 했던 미부의 모습이 유린당하던 자세 그대로 환한 불빛에 드러났다. 




“흥! 하여간 셋째 오라버니의 토색질은 못 말린다니까요!”




칠색화모는 요염하게 눈을 흘기며 실내로 들어섰다. 그런 그녀의 옆구리에는 혈흔(血痕)이 나 있었다. 아마도 뇌정천왕 능천휘의 검기에 당한 흔적인 듯했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 했어요! 행여 우리의 계책이 탄로날 짓을 해서는 안 돼요!”




칠색화모는 침상으로 다가가 걷혀 올라간 중년미부의 치마를 제대로 갈무리해 주었다. 그리고는 색혼야차에게 요사하게 눈을 흘겼다.




“여자가 필요했다고 미리 말하면 소매가 기꺼이 수청을 들 테니 일이 끝날 때까지는 딴 생각 마세요!”


“그…그런 소리 말게! 내가 아무리 계집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풍류남아지만 사매만큼은 절대 사양이네!”




색혼야차가 질겁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호호! 왜요? 소매가 저 계집 다정관음(多情觀音) 뇌온려(雷溫麗)만 못한 게 무언가요?”


“그…그럴 리가 있나? 나는 다만 사매의 흡정쇄양대법(吸精碎陽大法)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뿐이야!”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색혼야차의 얼굴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칠색화모의 흡정마법을 극히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호호! 해본 소리예요. 아무러면 소매가 오라버니를…!”




-꽈르릉!


칠색화모가 까르르 웃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요란한 폭음이 터졌다.


그러자 칠색화모와 색혼야차의 안색이 일변했다.




“첫째 오라버니가 지키던 수라마관(修羅魔關)도 벌써 붕괴되었어요!”


“으음! 능가놈의 성취가 이정도였다니…!”




두 탕남탕녀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서둘러 색혼제령대법(索魂除靈大法)을 완성시키세요! 능가가 곧 여기까지 들이닥칠 거예요!”


“알았네!”




칠색화모의 재촉에 색혼야차는 서둘러 미부, 다정관음 뇌온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 위에 오른손을 활짝 펼친 채 무어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스스!




이내 사이(邪異)한 기운이 실내를 물들였다. 그러다가 문득 굳게 감겼던 다정관음 뇌온려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




그녀는 초점없는 눈으로 자신에게 사술대법(邪術大法)을 시전하고 있는 색혼야차를 올려다 보았다.




“흐흐흐! 들어라! 본좌는 네 영혼의 주인이니…!”




색혼야차는 그런 그녀에게 한 자루 비수를 쥐어주며 무어라 속삭였다. 뒤로 가면서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져서 청년 이현성의 귀에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를 않았다.




‘씨바 이번엔 마인드 컨트롤이냐. 가지가지 하는 구나.’




이에 뇌온려라는 그 중년미부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다시 사르르 눈을 감았다.




-콰콰쾅!




“크아아악!”


“케에에엑!”




색혼야차가 뇌온려에게 무언가 술책을 부리는 사이에도 폭음과 비명은 연이어졌으며 그 소리는 급격히 다가들었다.




“되었다! 이젠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수고하셨어요 셋째 오라버니! 자 어서 피해요!”




색혼야차가 땀을 뻘뻘 흘리자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칠색화모는 급히 한쪽 벽으로 달려갔다.




그그그긍!


그녀가 석벽의 어딘가를 건드리자 거짓말같이 하나의 암문이 생겼다.


두 남녀는 즉시 그 암문으로 뛰어들었고, 뒤이어 그 암문은 형체도 없이 감추어졌다. 


그 직후,




-콰콰쾅! 우두둑!


요란한 폭음과 함께 석실의 정문이 폭발하듯 부서졌다. 이어 자욱한 먼지를 뚫고 한 명의 거한이 성큼 들어섰다.




‘아저씨!’


이현성은 눈을 부릅떴다.


석문을 박살내고 들어선 거한은 바로 뇌정천왕(雷霆天王) 능천휘(凌天輝)였던 것이다.


그는 이곳까지 오느라 악전고투를 치룬 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그러나 심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벼락같은 섬광을 흘려내고 있었다.


“온려(溫麗)!”




석실로 들어선 뇌정천왕 능천휘는 침상의 중년미부를 발견하자 다급히 외치며 달려들었다.




-다정관음(多情觀音) 뇌온려(雷溫麗)-!




그녀야말로 능천휘의 사랑하는 아내였던 것이다!




‘뭔가 함정이 있어!’


이현성은 다급히 능천휘에게 경고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한걸음 늦고 말았다.




“안심하시오 온려! 내가 왔소!”




아내를 발견한 능천휘는 기쁜 마음에 덥썩 아내 뇌온려를 안아들었다. 바로 그 순간,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던 뇌온려의 눈이 번쩍 떠졌고,그녀의 오른손이 그대로 남편의 가슴을 찔러 버렸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색혼야차가 쥐어준 짧고 예리한 비수가 쥐켜져 있었다.




실로 뜻밖의 기습! 사랑하는 아내를 발견한 기쁨에 방심하고 있던 능천휘는 그대로 비수에 가슴이 꿰뚫리고 말았다.




“…!”




능천휘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망연자실하여 아내를 내려다 보았다.




“죽엇!”




뇌온려는 앙칼지게 외치며 남편 가슴에 꽂혔던 비수를 다시 뽑아 재차 찌르려 했다.


순간 능천휘의 손이 한차례 움직였다.




“악!”




무형지력에 혈도가 찍힌 뇌온려는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크흑!”




거의 동시에 능천휘도 가슴을 부여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가슴에서는 선혈이 분수처럼 치솟는데 그 피 색깔이 거무죽죽하고 심한 악취가 풍겼다. 그의 가슴을 찌른 비수에는 지독한 극독이 묻혀져 있었던 것이다.




능천휘가 아내의 암습에 치명적인 부상을 주저앉은 직후,




“크하하! 꼴 좋구나 능가놈아!”


“호호! 네 마누라에게 칼침을 맞은 기분이 어떠냐?”




-콰콰쾅! 퍼펑!


사방에서 요란한 폭음과 득의에 찬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방의 벽을 박살내며 삼남일녀(三男一女)가 실내로 날아들었다.


칠색화모와 색혼야차, 그리고 흉신악살같은 인상의 두 명 사내가 그들이었다.




“사…대흉신(四大凶神)!”




삼남일녀를 본 능천휘의 안색이 분노와 절망으로 이지러졌다.




-사대흉신(四大凶神)!




그 자들이야말로 다정관음 뇌온려를 납치하여 뇌정천왕 능천휘를 이곳 북망으로 유인한 장본인들이었다.




“흐흐! 네놈이 감히 쥐꼬리만한 재주를 믿고 설친 댓가다 능천휘!”


“크크! 위대한 마교(魔敎)에 거스르는 자 모두 네놈 꼴이 될 것이다!”


“호호! 유감이로군요. 소첩은 능대협의 몸 아래에서 허리가 부러지게 요분질을 쳐보는 것이 꿈이었거늘…! 이제 독중지독(毒中之毒)에 한 줌 독수로 녹아 버리실 운명이라니요!”


“크크! 네놈의 마누라는 어르신네께서 마음껏 즐겨줄 테니 마누라 걱정일랑 말고 뒈져라!”




네 명의 악적들은 각기 한마디씩 내뱉으며 다가섰다. 능천휘가 이미 한 쪽 발을 저 세상에 들여놓은 신세라는 듯한 태도였다.




헌데 바로 그 자들이 득의할 때였다.




“뇌정…십방멸(雷霆十方滅)!”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이던 능천휘가 돌연 하늘이 무너져라 폭갈을 터뜨렸다. 다음 순간 능천휘의 장검에서 강렬한 섬광(閃光)이 폭발하여 실내를 휩쓸었다.




“헉! 뇌정구식(雷霆九式)!”


“위…위험하다!”


“아…아직도 내공이 살아 있다니…!”




섬광의 폭발속에서 경악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이현성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장내를 들여다 보았다. 이윽고 장내를 휩쓸었던 섬광의 폭발이 잦아들고 실내의 상황이 드러났다.




장내에는 이미 사대흉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그 자들이 서 있던 곳에는 흥건한 핏물만이 고여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능천휘가 태산같이 우둑 서 있었다. 그는 격렬한 검기의 폭출을 견디다 못해 두동강이 난 애검(愛劍)을 치켜든 채 두 눈을 나한(羅漢)이나 신장(神將)처럼 부릅뜨고 서 있었다.




‘칼에 찔리고도 무사하단 말야?’




이현성이 건재한 능천휘의 모습에 의아해 할 때, 갑자기 능천휘는 한사발이나 됨직한 피분수를 토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아아악!”


바닥에 고꾸라진 능천휘는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마구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러자 끔찍하게도 그의 가슴 피부는 마구 찢기고 녹아드는 것이 아닌가? 지독한 독기가 그의 살갗을 녹여 버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능천휘는 자신의 부인이 휘두른 비수에 묻은 지독한 극독 때문에 이미 시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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