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3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35(취봉(醉鳳) 초벽하)-3




마한거에는 무정혈검이 검을 옆에 두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오전에 초하벽을 만났다. 초하벽은 술을 좋아하고 요즘 들어서 말썽을 피우고 다녀 련주님게 근신하라는 명을 받은 상태라 자신의 처소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말썽장이 초하벽이 처소에 가만있을 턱이 없다. 초하벽은 자신에게 오늘 손님이 찾아올 거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무정혈검은 무슨 말인지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초하벽은 그냥 웃기만 하더니 이내 도망쳐 버렸다. 무정혈검은 초하벽이 또 무슨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초하벽이 호법이나 장로들을 상대로 가끔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라 평소보다 빨리 처소에 돌아와 검을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리기로 했다. 어떤 손님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군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어다보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볼일이 있으면 안으로 들어오게.”




아군은 쓰게 웃고 말았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상대는 이미 자신이 찾아온걸 알고 있었다. 무정혈검은 창가에 비추는 인영이 혹시 초하벽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은색 무복을 입은 사내였다. 천마마련에는 흑색, 흰색, 은색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있고, 극소수의 금색의 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의 무사가 흑색무복을 입고 흰색, 은색, 금색 순으로 신분과 지위에 따라 옷을 달리 입는 것이다. 




“자네는 누군가? 은색 무복을 입고 있지만 이곳 사람은 아닌 것 같군.”


“조용히 처리하고 가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군요. 준비하시죠. 전 당신을 죽이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하하하~ 내 목숨을 노리고 왔단 말인가? 그것도 천마마련에 있는 나를 죽이겠다. 그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글쎄요. 노력해 봐야겠죠.”


“노력해본다. 배짱하나 두둑한 놈이군. 혹시 하벽공자와 짜고서 장난하는 건 아니겠지.”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치지 않습니다. 준비하세요. 사실 저도 무방비 상태의 적을 공격하는 건 자존심이 상합니다.”


“정말 웃기는 녀석이로군. 검에는 눈이 없다. 혹시라도 하벽공자와 짜고서 장난하는 거라면 지금 물러나도록 해라.”


“초하벽이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을 죽이려 온건 사실입니다.”


“좋아. 네 말이 사실이든 장난이든 죽고 나서 날 원망하지는 말거라.”




무정혈검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이 촛불에 검이 반짝거리며 빛을 뿌린다. 아군은 몸속에 잠자고 있는 수라기를 끌어올려 양팔에 집중했다.




“이곳이 너무 좁다고 생각지는 않나.”


“당신을 죽이고 이곳을 빠져나가야하니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방에서 끝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날 죽이고 빠져나갈 궁리까지 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어디 큰소리치는 것만큼 실력도 대단하지 볼까?”


“준비가 끝났으며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와라~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큰소리치는지 한번 보자.”




아군의 몸이 직선으로 무정혈검에게 날아가며 주먹이 무정혈검의 전중혈(젖가슴 사이)공격하니 무정혈검의 검은 아군의 주먹을 베어왔다. 아군의 주먹은 검을 피해 방향을 틀어 검을 들고 있는 무정혈검의 천정혈(팔꿈치)를 공격하니 무정혈검의 검도 중간에서 휘어지며 아군의 목을 베어왔다. 아군은 칠성둔형으로 검을 피하고 공중으로 살짝 날아올라 몸을 한바퀴 회전하며 각으로 무정혈검의 머리를 공격했다.




“육합권 따위로 날 상대하려 하다니 기도 안차는 군.............천지파황”




무정혈검은 한발 뒤로 물러나 아군의 공격을 피하고 검으로 아군을 공격하는데 그의 검에서 수십 개의 검영(劍影)들이 피어나며 아군의 전신을 공격한다. 아군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검영을 피하며 수라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수라마령신공의 벽(劈-쪼개다)걸로 무정혈검의 가슴을 공격했다.




“펑~~~ 쾅아아아앙~”




탁자가 공중으로 날아가며 산산이 부셔지고 책들은 갈기갈기 찢어져 방에 어지럽게 날린다. 아군과 무정혈검의 싸움으로 방에 있는 기물들이 부셔져 나가는 것이다.




“천치파파~”




무정혈검의 검이 길게 늘어나며 금색으로 빛나며 아군을 베어왔다.




“거..........검강?”




아군은 칠성둔형으로 무정혈검의 검을 피해보지만 방안에 가득한 검영들을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아군은 이를 악물고 수라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리니 숨이 막힐 것 같은 흥분이 일어난다. 아군은 수라기를 양팔에 집중하니 아군의 팔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아군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검영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무모한 자식.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냐...........천치혈황~”




아군은 붉게 물든 주먹으로 무정혈검의 상곡(아랫배), 신궐(배꼽 위)을 공격했다.




“꽝아아아앙~”


“윽......”


“크악~~~”




건물의 한쪽 벽이 무너지며 먼지가 피어오른다. 아군은 자신의 팔을 잡고 비틀거리고 있었고, 무정혈검은 피를 토하며 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쿨럭........쿨럭.........금강불괴........지독하군. 검강으로도 벨 수 없단 말인가?”


“..................”


.......그런데 방금 그게 무슨 무공이인가.”


“크크크~”




아군의 눈이 붉게 충혈 되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피어난다. 팔성의 수라기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된다. 분노.......피가 뜨겁다.......머리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다. 특히나 붉은 피를 보자 더욱 흥분된다.......자신의 피다. 피.........붉다.........아군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자신의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군의 상의는 이미 갈가리 찢어져 너널거리고 있었으며 밖으로 드려난 팔에는 길게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피가 흐른다. 무정혈검의 검강이 금강불괴인 아군의 몸을 베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피를 바라보던 아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그의 몸이 점점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피.........피다. 죽이고 싶다. 부셔버리고 싶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다...........피........그래.........피를 보고 싶다. 더 많은 피를 보고 싶다. 아군의 눈에서 붉은 광체가 발짝거리더니 무정혈검에게 전광석화처럼 날아들었다. 무정혈검도 아군을 살피며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아군을 공격한다.




“천지혈황~”




무정혈검의 검이 금색의 검강을 발산하며 달려오는 아군의 몸에게 베어가니 무정혈검이 만들어낸 검영들이 방안을 가득 매우고 아군을 향해 날아간다.




“크아아악~”




아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무시하고 수라마령신공의 벽(劈)결로 무정혈검의 머리를 내리쳤다.




“쾅아아앙~~”


“크아아악~~~”


“욱~~.............크아아악~”




다시 한쪽 벽이 충격을 견디고 못하고 부셔져 나가고 방안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며 무정혈검과 아군의 모습이 보인다. 무정혈검의 무릎이 굽혀졌고 눈과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아군의 어깨에는 무정혈검의 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아군은 무정혈검이 만들어내 검영들 사이를 파고들어 어깨를 내주며 무정혈검의 머리를 공격한 것이다.




한편 나무위에서 방안을 주시하던 초벽하는 한쪽 벽이 무너지면 아군과 무정혈검의 대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년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마 아군이 무정혈검을 죽이기 위해 천마마련을 찾아왔단 말인가? 무정혈검은 천마마련의 호법이다. 아군은 소하의 남자다. 그동안 천마마련과 사사천교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흑도의 길을 걷는 문파이고, 또한 백도 무림이라는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오빠와 하후소하가 정혼까지 한 사이다. 그런데 그가 무엇 때문에 무정혈검을 죽이려 하는지 모르겠다. 사사천교와 천마마련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그럼 무엇 때문인가? 모르겠다. 하여튼 무정혈검이 아군의 손에 죽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할아버지나 장로님들의 성격이나 천마마련의 위상을 생각해서 절대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최소한 무정혈검의 복수를 위해 아군을 끝까지 죽이려 할 것이다. 반대로 무정혈검의 손에 아군이 죽으면 그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아군이 소하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소하는 평소 말이 없고 유순하며 침착한 성격 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여인이다. 그녀는 한번 마음먹은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정도로 의지가 강한 여인이다. 그녀가 자신의 오빠를 버리면서까지 아군이란 남자를 선택했다. 그녀의 평소 성격상 순간의 기분으로 아군이란 남자를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사사천교의 이대 신물인 설비(雪匕)을 아군에게 전해 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천마마련에서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소하의 성격상 천마마련과의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하여튼 두 가지 경우 모두 사사천교나 천마마련에 엄청난 피바람이 몰아칠 사건이다. 말려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서로를 죽이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아군과 무정혈검이 격돌하며 커다란 폭음이 들리고 건물의 반 날아가 버렸다. 무정혈검의 무릎이 굽혀졌다. 위협하다. 말려야 한다. 여기서 말리지 않으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초벽하는 아군에게 몸을 날렸다. 무정혈검을 구해야 한다. 아군의 손에 무정혈검이 죽게 할 수는 없다.




한편 궁아라는 지붕위에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천마마련의 곳곳에서 불빛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군과 무정혈검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무사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아군이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정면대결을 펼친 모양이다. 지금 도망가야 한다. 시간을 끌며 위험하다. 궁아라도 밑으로 몸을 날렸다.




아군은 피를 토하고 있는 무정혈검을 다가갔다. 싸움은 끝났다. 상대의 목숨을 거두면 일은 끝난다. 피를 보고 싶다. 상대의 붉은 피를 보고 싶다. 살기.......아군에게서 질식할 것 같은 살기가 풍긴다. 아군은 어깨를 박힌 검을 뽑았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아군은 자신의 붉은 피를 보자 더욱 광분한다.




“당장 멈춰.”




아군은 초벽하의 말에 몸을 돌렸다. 초벽하가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아군의 붉은 손이 초하벽에게 장을 날린다. 




“꽝아아아~”


“나야. 초하벽이란 말이야. 이런 빌어먹을.........”


“펑~~~”




초벽하는 아군의 장(掌)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흘려버리고 아군의 앞을 막았다. 




“안돼. 호법을 죽이면 안돼.”


“크크크.........하벽이구나...............도망가...........빨리 피해 도망치란 말이야.”




아군의 검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군이 초벽하를 알아보고 끓어오르는 분노와 살기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때 궁아라도 아군의 겉에 내려왔다. 궁아라는 아군의 몸이 붉게 물들고,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살기를 풍기는 것을 보면 아군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수라기의 마기가 터진 것이다. 




“아군 피해야 돼.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 어서.”


“누.......님.........이이익~~.........크아악~~”




아군은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른다. 참기 힘든 모양이다. 붉게 물들었던 아군의 몸이 서서히 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군이 수라기를 극성으로 사용하자 몸속에 잠자고 있던 마황단이 아군의 몸에 흡수되며 수라기가 순식간에 구성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아군은 자신의 가슴을 쥐여 짠다. 




“이.......이이익~ 누님 피해요. 모두 도망가.........어서. 아아아악~”


“아군.........아군 조금만.........조금만 참아. 여기서 흥분하면 안돼. 제발~”




궁아라는 아군의 겉으로 다가가려했으나 아군은 궁아라에게 손을 흔들어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초벽하는 궁아라와 아군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아군은 자신에게도 도망치라고 하더니 이젠 궁아라에게도 도망치라고 한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공자님과 호법님이 위험하다. 모두 공격해.”


“안돼~ 물려나.”




하늘 높이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날아오른다. 주변에서 싸우는 소리를 듣고 몰려든 무사들이 아군을 공격하는 것이다. 초벽하가 다급하게 무사들을 말려보지는 공격을 시작한 무사들의 귀에 초벽하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아군의 눈빛이 은색으로 반짝거리더니 팔이 움직인다.




“수라마령신공 분(分-나누다), 벽(劈-쪼개다.)”




은색의 검영들이 날아오른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어지러운 지경이다. 아군이 들고 있던 검에서 피어난 검영들은 하늘을 온통 은색으로 물들이며 아군을 공격하던 무사들에게 날아갔다.




“크아아아악~~~”




하늘에서 붉은 비가 내리고, 무사들의 잘려진 살덩이들이 분분히 떨어진다. 끔찍하다. 한순간에 십여 명의 무사들이 형체도 없이 베어진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살덩이들과 피물들은 아군과 궁아라의 겉에서 튀겨져 나간다. 아군의 몸에서 발산되는 수라기가 아군과 궁아라를 감싸면 반탄강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벽하는 너무나 끔찍한 광경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수라.........지옥의 아수라의 모습이다. 저거 사람이 아니다. 




“뭐해........공격해.”




무사들이 다시 아군을 공격한다. 공중에서, 땅에서 아군과 궁아라을 죽이기 위해 몰려든다. 아군의 검이 은색 검강을 토한다. 검이 춤을 춘다. 아무런 초식도 없다. 그저 상대의 빈틈을 놀리고 날아가는 검영들.........수라마령신공은 검, 도, 편, 창으로도 운용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초식이 없다.........피가 솟구친다. 주인을 몸을 떠난 팔다리가 날아오르고 주인을 잊어버린 머리가 땅바닥 힘없이 떨어진다. 초벽하는 아군에게 날아갔다. 말려야 한다. 지금 말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다.




“공자님 물러나요..........파황권세.”




거대한 주먹이 아군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칠대 호법 중에서 천명염라가 나타난 것이다. 천명염라의 파황권은 무정혈검의 혈라마라검법처럼 무림일절로 통하는 권법이다. 아군의 검이 천명염라의 권을 베어간다.




“쾅아아아앙~~~”


“욱~~~”




천명염라가 뒤쪽으로 밀려나고 아군도 한발 물러났다. 




“제발 그만해.........멈추란 말이야.........당신이 좀 말려 봐요.”




초벽하는 궁아라에게 소리쳤다. 궁아라는 아군의 겉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무사들을 상대하고 있다가 초벽하를 돌아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아무도 못 말려요. 한번 마성이 폭발하면.............스스로도 제어하기 힘들어요.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물러나라고 해요.........빨리 도망가라고 해요. 잘못하면 모두 죽어요.”


“서.........설마..........”


“공자님 물러나세요. 파형파천.”


“여기도 있다.”


“이놈~~~”




3명의 인물이 동시에 아군을 공격한다. 강맹한 권과 하늘을 가득 메우는 도기, 그리고 아군의 빈틈을 뱀처럼 파고드는 체직이 있었다. 칠대호법 중에서 3명의 호법이 나타난 것이다. 아군은 하늘을 솟구치더니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 




“누님 피해요....................음양검법(陰陽劍法) 인의검도류(人矣劍道流)”


“쾅아아아앙~”




아군의 손에 들린 검이 수라기를 이기지 못하고 폭탄 터지듯이 터져나가고, 검의 파편들이 은색으로 반짝이며 비가 내리듯 주변으로 떨어진다. 궁아라와 초벽하는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마치 폭죽이 터진 것 같다. 아름답다. 분명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꽃비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군을 공격하던 무사들에게 꽃비가 떨어지니 무사들 또한 폭죽 터지듯 터져 나간다. 아군은 밑으로 떨어지며 반탄강기로 궁아라와 초벽하를 보호했다.




“크아아아악~~~”


“크윽~”




아군을 공격하던 삼대호법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몸에도 파편들이 파고든 것이다. 초벽하는 다급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할아버지나 장로들까지 몰려올 것이다. 그럼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초벽하는 궁아라에게 몸을 날렸다. 어떡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아군을 죽게 할 수는 없다. 아군의 살생을 멈추게 해야 한다. 방법은 한가지다. 아군과 궁아라를 이곳에서 떠나게 해야 한다.




‘날 인질로 잡고 도망쳐요.’




궁아라의 귀에 초벽하의 전음이 파고든다. 궁아라가 잠시 망설이고 있으니 초벽하의 주먹이 날아왔다.




‘빨리 잡아요. 시간이 없어요.’




궁아라는 초벽하의 맥문을 잡고 다른 팔로 초벽하의 목을 잡았다.




“모두 물러나. 물러나지 않으면 이 사람을 죽이겠다.”


“허걱~ 공자님...............공자님이 위험하다. 모두 물러나........어서.”




아군과 궁아라를 공격하던 무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초벽하의 목숨이 위태롭게 때문이다. 그때 장내에 5명의 노인들이 떨어졌다.




“하벽아..........하벽아.”


“할아버지..........모두 물러나라고 하세요.”


“이런 빌어먹을..........이놈들이 감히.”




장내에 나타난 사람들은 초벽하의 할아버지이자 천마마련의 련주인 벽사신군과 네 명의 장로들이었다. 벽사신군은 초벽하와 아군을 보면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손자(?)가 적의 손에 잡혀있지 않는가?




“이 죽일 놈들.........당장 하벽을 풀어주지 못할까?”


“물러나요. 물러나지 않으면 죽이겠어요.”


“할아버지..........살려 주세요..........하벽이 죽고 싶지 않아요.”


“이........이런 빌어먹을.............하벽아 안심해라.........이 할아비가 꼭 구해주도록 하겠다. 모두 물러나라.”




벽사신군의 명령에 장로들과 호법들 그리고 무사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은색으로 빛나는 아군은 끓어오르는 살기를 초인적인 의지로 참고 있었다. 아마 조금만 더 수라기를 사용했다면 마성이 폭발해서 살인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궁아라는 불안한 눈으로 아군을 바라본다. 아군은 입술을 깨물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군........아군........정신 차려.........아군.”


“큭~~..............누님.........못 참겠어요........이........익~”


“아군 조금만 더 참을 수 있지........우리 이곳을 떠나자..........이곳에 있으면 위험해”


“아.........알았어요.”




아군은 궁아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궁아라는 초벽하을 안은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아군에게 다가갔다. 아군의 손이 뜨겁다. 몸속에서 수라기가 요동치는 모양이다.




‘나를 데리고 가세요. 당신들이 도망치면 바로 추격자들이 따라 붙을 겁니다. 그러니까 장사를 벗어날 때까지 날 인질로 협박해야 돼요.’




초벽하의 전음이 궁아라의 귀에 파고든다. 궁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왜 자신들을 도와주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추적하면 이 사람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아군 가자.”




아군은 궁아라의 팔을 잡고 하늘로 솟구친다. 잠깐 사이에 세 사람의 몸이 어두운 밤하늘에 자취를 감추었다. 구성이 이른 수라기로 힘으로 펼치는 음양비가 전보다 더욱 빨라진 것이다. 




“추격해...........장사일대에 천라지망을 펼쳐라.”


“천마마령군(天魔魔靈軍)과 금마마령군(金馬魔靈軍)을 출동시켜. 무슨 일이 있어도 공자님을 구해야 한다. 어서 서둘러.”




마련주의 명령과 장로들의 명령에 천마마련이 발칵 뒤집혀 졌다. 천마마련의 성문이 열리며 천마마려 최고의 부대인 천마마령군과 금마마령군이 동시에 출동했다. 천마마령군이 출동하기는 40년 전 흑백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천마마령군은 마련주의 친위군으로 천마마련 최고의 부대였으며 금마마령군은 장로원의 명을 받는 부대로 천마마련에서 천마마령군 다음으로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부대였다. 또한 천마마련의 은마마령군과 흑마마령군은 장사일대에 천라지망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군은 폭발할 것 같은 살기를 억누르며 악록산 일대를 달리고 있었다. 아군을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시간이 흘러 아군이 스스로 마성을 극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마성이 폭발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아군은 수라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군을 쉬게 해야 한다. 그의 분노와 살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아군...........그만...........그만 됐어. 어디 적당한 곳으로 숨자.”




아군일행은 악록산 향로봉을 벗어나 다른 봉우리를 달리고 있었다. 아군은 궁아라의 말을 듣고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때 절벽위에 작은 동굴이 보였다. 동굴은 입구에 칡넝쿨과 잡초들로 가려져 있어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쉽게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군은 궁아라와 초벽하를 옆구리에 끼고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방향을 틀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비교적 넓은 편이고 안쪽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궁아라는 주위가 칠흑처럼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품속에서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었다. 주위가 밝아지며 천장에서 검은 물체들이 날아왔다. 동굴에 있던 박쥐들인 모양이다.




“인(引-끌다)”




아군의 손이 거대하게 변하며 박쥐에게 향하니 박쥐들은 거대하게 변한 아군의 손아귀로 들어왔다. 아군이 손을 오므리니 박쥐들의 몸이 터지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초벽하는 아군의 잔인한 손속이 부르르 떨었다. 궁아라는 아군의 팔을 잡고 동굴 안쪽으로 달려갔다. 혹시라도 불빛이 동굴 밖으로 세어나갈 것 같아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군과 궁아라가 동굴 안쪽으로 달려가니 초벽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른다. 동굴은 생각보다 깊은 편이었다. 궁아라는 동굴 속으로 이동하며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나 불에 타만한 것들을 모았다. 궁아라의 뒤를 따르는 초벽도 궁아라를 도와주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넓고 바닥이 평평한 곳이 나왔다. 궁아라는 그곳에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한 거울이라 동굴이 사늘했기 때문이다. 아군은 궁아라와 초벽하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군..........아군이 상처를.........피가 많이 나. 치료해야겠다.”


“으~.........가까이 오지 말아요.”




아군은 궁아라가 다가오려 하자 등을 돌려버렸다. 은색으로 변했던 아군의 몸이 지금은 본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군이 수라기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분노와는 또 다른 감정과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궁아라는 입술을 깨물고 한쪽에 앉아있던 초벽하게 날아갔다. 초벽하도 불안한 눈으로 아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아라가 자신을 덮친 것이다.




“팍........팍........팍~”




궁아라는 초벽하의 마혈을 점해하고 초하벽에게 고개를 숙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대.........대체 무슨 일이죠. 난 당신들을 도와주려는 사람입니다.”


“알아요. 잠시만 참아주세요. 나중에 일이 끝나면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제가 도망이라도 갈까봐 그러세요.”


“제가 불안해서 그래요. 불편하시겠지만 오늘만 참아주세요.”


“팍~~~”






궁아라는 초벽하의 혼수혈까지 찍어버렸다. 초벽하의 몸이 힘없이 쓰려진다. 아군에게는 지금 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초벽하가 마음에 걸렸다. 아마 악록산과 장사 일대에는 천마마련에 의해 천라지망이 펼쳐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초벽하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천마마련을 빠져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모르는 것이다. 그가 만일 도망을 쳐서 천마마련에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면 자신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궁아라는 그게 불안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자신은 아군에게 안겨야 한다. 한번 색욕이 폭발한 아군은 자신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아군에게 안기면 자신도 정신을 못 차린다. 궁아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초벽하를 제우는 방법이었다. 궁아라는 아군에게 다가갔다.




“아군 고개를 들어..........내가 안아줄게.”


“크으으윽~ 누님........누님.”




아군이 고개를 들었다. 아군은 눈에 핏발이 선명하다. 궁아라는 자신의 옷고름을 잡았다. 




“사르륵~~~”




궁장이 궁아라의 어깨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진다. 궁아라는 궁장을 넓게 피고 아직까지 몸에 걸치고 있던 하얀 속옷까지 벗어준다. 은은한 모닥불에 궁아라의 아름다운 몸매가 드려났다. 




“이리와~~ 아군.”




아군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글거리는 눈으로 궁아라에게 다가왔다. 궁아라는 너덜거리는 아군의 상의를 벗겨본다. 아군의 상체가 드려나면 어께에 커다란 상처가 보인다. 궁아라는 아군의 상의를 찢어 상처를 싸며주려 했다.




“누님. 못 참겠어요.”


“하흑~~ 아군............사랑해.”




동굴.......세 명의 남녀.........그들 앞에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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