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5.




(아군과 수혜의 만남)-2




아군이 수혜와 함께 생활한지도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군은 수혜를 성심을 다해 모셨고 수혜도 아군과 친남매처럼 친하게 지냈다. 아군은 2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말이 많이 늘었고 야성의 습성이 많이 없어져 이젠 평범한 소년 같았다. 화창한 오후 수혜는 아군을 불렸다.




“예. 부르셨어요.”


“아군. 우리 오늘 금아산에 다녀오자.”


“금아산이요. 지금 출발하면 오늘 중으로 돌아오기 힘들어요.”


“말 타고 가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어.”


“말이요. 아가씨 말 타보신적 있어요.”


“아버지 품에 안겨 가끔 타봤어.”


“안돼요. 위험해요.”


“아이...........아군........부탁이야. 같이 가자. 응~”


“마님 아시면 저만 혼납니다. 안돼요.”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안돼. 아잉~ 아군. 가자.”




수혜가 아군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자 마음이 약한 아군은 머리를 박박 긁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는 마구간으로 갔다. 마구간은 삼칠이라는 아저씨가 관리한다. 




“아군이 무슨 일이냐.”


“아가씨가 말을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가. 누가 동행하는 거냐.”


“모르겠어요. 그냥 한필 끌고 오라고 하시네요.”


“음~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삼칠이는 마구간으로 들어가더니 건장한 한필을 말을 끌고 나와 안장을 얻어주었다. 아군은 말을 끌고 세가의 뒷문으로 갔다. 혹시 마님이나 가주님께 들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아군은 뒷문에 말을 메어두고 아가씨에게 갔다. 수혜는 벌써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아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히 나오세요.”




아군은 아가씨를 모시고 뒷문으로 세가를 빠져나왔다. 




“어. 왜 한필이야. 두필을 가져와야지. 아군은 어떻게 하려고.”


“전 걸어가면 돼요. 자요. 말에 오르세요.”




아군은 손을 받쳐주었다. 수혜는 아군의 손을 밟고 말에 올라가 손을 내밀었다.




“같이 타고 가자.”


“괜찮아요. 전 말고삐를 잡고 갈게요.”


“아니 그렇게 해서 언제 금아산을 간다는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걸음은 빠른 편입니다.”




아군은 말의 고삐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금아산은 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세가의 무사들이 가끔 사냥을 나가는 곳이다. 수혜는 걱정이 되었다. 보통 말을 타고 달려도 세가에서 금아산까지는 한 시진(2시간)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아군은 지금 걸어가고 있지 않는가? 이 속도로 언제 금아산을 다녀온단 말인가? 그런데 아군이 마을을 벗어나자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엄청나다. 수혜는 아버지나 무사들이 가끔 경공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아군이 달리는 속도는 아버지의 경공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것이었다. 아군은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달리자 금아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거죠.”


“이곳에 산짐승들 많이 살아. 안으로 들어가 보자. 참~ 아군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리 수 있지. 무슨 무술이라도 배운 거야.”


“무술이요..........무술이 뭐예요. 전 그냥 아가씨가 급하다고 하셔서 달린 것뿐입니다.”


“그래........이상하네. 사람이 지치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어.”


“어려서부터 산에서 살아서 그래요.”


“아~ 맞아. 맨 처음 아군을 만났을 때도 아군은 이렇게 빨리 달렸지. 그러고 보면 아군은 참 특이해. 몸도 무쇠처럼 단단하고 말이야.”


“하하하~ 무식한 놈이 몸이라도 튼튼해야죠. 자~ 산으로 들어갑니다.”




수혜는 얼마 전 일이 생각났다. 그때 아군은 도끼질을 하고 있었다. 수혜는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다가 아군이 장작을 패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군은 한 가지 일에 빠지면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를 만큼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성격이다. 수혜는 자신의 방을 빠져나와 아군의 뒤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아군을 어깨를 쳤다. 아군을 놀려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깜짝 놀란 아군이 그만 실수로 자신의 발등을 찍어버렸다. 거대한 도끼가 아군의 발등에 박혔으니 엄청난 사건이다. 




“어머. 아군 어떻게........다친 거야.”




수혜는 아군이 걱정되어 자리에 주저앉아 아군의 발을 살펴보았지만 도끼에 찍힌 아군의 발등은 비록 신발은 찢어졌지만 피는 보이지 않았다.




“아군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단지 조금 아프네요.”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전 태어날 때부터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절 보고 무쇠 같은 놈이라고 하셨죠. 이놈이 워낙 무식하니까 하늘에서 그런 복이라도 주신 모양입니다.”


“흠~ 그래........하여튼 미안해.”


“괜찮아요.”




수혜는 말이 갑자기 요동치는 바람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가씨 보세요. 저기 사슴이 달려가죠.”


“와~ 정말 사슴이네. 아군. 나 사슴 직접 만져보고 싶어.”


“예~ 사슴을요. 음~..........여기서 잠시 기다려 보세요.”




아군은 수혜에게 말고삐를 전해주고는 사슴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수혜가 아군을 보니 아군은 마치 한 마리 늑대처럼 산을 질주하고 있었다. 아군과 2년 동안 같이 생활했지만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아군은 평소 말이 없고 자신의 할일만 묵묵하게 하는 아이다. 한번은 자신이 읽는 책에 관심을 보여 글을 가르치려 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하고 몇 번을 알려줘도 아군은 다음날이면 전날 배웠던 모든 것을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꼭 지우개로 기억을 박박 무지른 느낌이다. 수혜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아군을 잡고 몇 달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군의 머리로는 글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아군은 남이 가지는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무쇠처럼 단단한 체력과 야수와 같은 초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멀리서 아군이 사슴을 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슴은 순한 양처럼 아군을 곁을 따라왔다. 수혜에게 인간을 경계하고 겁이 많은 사슴이 아군과 함께 오는 모습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 아군 어떻게 한거야.”


“그냥 마음을 열고 사슴을 대하면 돼요. 사슴에게 내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그..........그게 가능해.”


“가능하죠.”


“음.........그래. 아군 좀 잡아줄래. 난 직접 만져보고 싶어.”




아군은 수혜의 손을 잡아주었고 수혜는 조심스럽게 말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아군의 겉에 서 있는 사슴을 만져보려 했다. 사슴이 수혜의 손에 겁을 먹고 아군의 뒤로 숨어버린다.




“어~ 사슴아. 왜 그래.”


“아가씨 마음을 열어보세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하게 하세요. 그래야 사슴도 안심하고 아가씨에게 다가가요.”


“편안하게.........그래.”




수혜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사슴을 만져보고 싶다는 소망과 사슴이 혹시라도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것을 사슴이 알아차리고 수혜의 손길을 피한 것이다. 아군은 뒤로 돌아서 사슴의 등을 어루만지며 사슴을 진정시켰다. 수혜의 눈에 아군과 사슴은 너무나 신기하게 보였다. 사슴은 아군이 자신을 쓰다듬자 아군의 가슴에 머리를 비빈다. 아군은 곁에 있던 수혜의 손을 잡아 조심스럽게 사슴의 등에 올려주었다. 수혜는 떨리는 마음에 사슴의 등을 만져본다. 사슴은 수혜의 손길에 잠깐 놀랐지만 아군이 부드럽게 목과 등을 쓰다듬자 곧 진정이 되는데 수혜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군.......사슴을 세가로 잡아가면 안 될까?”


“흠~ 그건 곤란해요. 사슴은 절 믿고 따라온 겁니다.”


“아군..........부탁이야. 응~ 잡아가자.”


“제가 그럼 마음을 먹으면 사슴은 바로 도망칠 겁니다.”


“거짓말.............해봐~”


아군은 곤란한 얼굴로 아가씨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고 사슴의 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사슴은 아군의 가슴을 들이박고 도망친다. 아군의 작은 몸은 사슴에 뿔에 맞혀 멀리 날아가 나무에 둔탁하게 부디 친다.




“아군.......아군”




사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수혜가 쓰려진 아군에게 다가가려 하니 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슴을 툭툭 털었다.




“봐요. 제가 자신을 잡아가겠다는 마음을 먹으니까 바로 도망가잖아요. 앞으로 다시는 저 사슴과는 친해지기 힘들 겁니다.”


“미.......미안해.”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해요. 하여튼..........됐죠.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조금만 더 놀다 가면 안돼. 조금만 응~”


“휴~ 안돼요.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져요. 지금 돌아가야 합니다.”




그때 한쪽에 있던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멧돼지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군은 멧돼지를 보고는 얼굴이 하얀 게 질리더니 수혜와 떨어져 한쪽으로 달려갔다. 




“아가씨 피하세요. 멧돼지가 잔뜩 화가 난 상태입니다. 제가 멧돼지를 유인하겠습니다.”




아군은 수혜에게 다급하게 외치더니 바닥에서 돌을 몇 개 집어 들어 멧돼지를 향해 던졌다. 아군이 던진 돌은 정확하게 멧돼지의 머리를 강타하고 멧돼지는 아군에서 쳐다보더니 아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아군은 멧돼지가 자신을 공격하자 등을 돌리고 도망친다. 아가씨와 최대한 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군의 몸이 민첩하고 빠르다고 해도 멧돼지보다는 빠를 수 없었다.




“아군........위험해.”




수혜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군은 수혜의 비명이 들리기도 전에 근처에 있는 나무위로 몸을 날렸고 멧돼지는 아군이 올라간 나무를 들이받았다. 수혜가 보니 아군은 곧이라도 나무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만일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성난 멧돼지에게 아군이 당할 것이다. 수혜는 아군의 신변이 걱정되었으며 아군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여기까지 아군을 끌고 온 자신을 원망했다. 멧돼지는 무엇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아군이 올라간 나무를 집요하게 들이박고 있었다. 아군은 힘들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밑으로 떨어지며 멧돼지의 머리통을 발로 가격했다. 하지만 12살 어린아이의 발길질에 쓰려질 멧돼지가 아니다. 멧돼지는 머리를 한대 맞고는 더욱 포악해져서 아군을 공격했다. 멧돼지가 아군의 가슴을 들이 박는다. 아군의 작은 몸은 멀리 날아가 땅바닥을 구르더니 금세 다시 일어났다. 아군은 바로 옆에 떨어진 돌을 집어 들었다. 멧돼지는 아군을 향해 다시 돌격했다. 아군의 몸놀림이 변했다. 어떻게 보면 늑대의 움직임 같고, 어찌 보면 곰의 움직임 같은 유연하고 민첩한 동작으로 멧돼지의 공격을 피한다. 멧돼지는 아군을 지나쳐 달려가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아군에게 달려왔다. 아군은 입술을 깨물더니 달려오는 멧돼지의 옆을 살짝 피하며 들고 있던 돌로 돼지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쿠에액~”




머리통을 맞은 돼지는 더욱 포악해져 아군을 공격했다. 아군도 동물과 같은 신법과 이상한 권법으로 멧돼지를 상대했다. 수혜는 인간과 멧돼지의 싸움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군은 가끔 멧돼지의 공격에 비틀거리지만 동물의 움직임과 같은 민첩한 신법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돌은 멧돼지의 머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멧돼지와 아군의 싸움을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멧돼지는 아군의 연속된 공격으로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돼지는 이제 몸도 지치고 머리에서 흘려 내린 피에 때문에 시아가 흐려진 것인지 그냥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있는 힘을 대해 돌진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군에게는 치명적인 결과가 되었다. 멧돼지가 사력을 다한 공격은 아군의 움직이는 방향과 일치하여 아군의 가슴을 거칠게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아군의 작은 몸은 실 끓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가고 멀리서 수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군..........아군.”




수혜는 아군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면서 글썽거리고 있었다. 멧돼지는 아군이 쓰려지자 씩씩거리며 두리번거리더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다시금 돌진했다. 수혜는 앞이 캄캄했다. 성난 멧돼지가 자신에게 돌진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키아악~ 아군. 도와죠.”




아군은 기절한 상태에서 귀가에 올리는 아가씨의 음성을 들렸다. 일어나야한다. 아가씨가 위험하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가 의식의 끈을 놓았을 때 그의 몸을 감싸는 하얀 기류가 있었다. 아군의 몸에서 나온 기류는 아군을 감싸더니 곧 그을 일으켜 세우고, 아군은 빗살처럼 빠를 속도록 수혜에게 날아가 수혜의 앞을 막았다. 수혜는 눈을 감았다. 막 멧돼지의 거대한 이빨의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에애액~”




수혜는 멧돼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감은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그녀의 눈앞에 빛의 덩어리에 반짝이는 아군의 모습이 보이는데 아군의 두 손은 멧돼지의 목과 머리통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머리와 목이 뚫린 멧돼지는 몇 번 바동거리더니 끝내는 옆으로 쓰려지면 숨을 거두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아군을 감쌌고 있던 빛의 덩어리가 아군의 몸에 흡수되더니 아군도 멧돼지처럼 옆으로 쓰려졌다. 수혜는 깜짝 놀라 쓰려지는 아군을 부축했다.




“아군.........아군 정신차례.......아군........내가 잘못했어. 제발 죽지 마. 아군.”




수혜는 기절한 아군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자신이 금아산에 오자고 고집만 부리지 않았다면, 아군이 가지고 했을 때 길을 나섰다면 아군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수혜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만 같았다.




아군은 무아의 공간 속에 홀로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빛과 어둠이 혼란스럽게 엉켜있는 무아의 공간이었다. 아군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중간에 홀로 버려진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어둠을 뚫고 거대한 괴물이 자신을 공격했다. 괴물의 거대한 손이 자신의 심장으로 날아와도 아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의식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막 괴물의 팔이 자신의 심장을 후버파려는 순간 밝은 빛의 공간에서 빛에 둘려 쌓여 반짝이는 하나의 손이 튀어나와 괴물의 팔을 잡아 비틀어 버린다.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물러나고 다시금 반짝이는 거대한 검이 나타나 괴물을 반으로 갈려 버린다. 괴물은 괴성을 지르면 반으로 갈려져 어둠 속에 묻혀 버리고 빛의 공간에서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타났다. 한명의 여인은 괴물의 잘려진 팔을 잡고 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다.




“주인님........두려워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앞으로 주인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저는 주인님을 수호하는 정령이며, 저쪽에 있는 정령은 주인님을 빛의 세계로 인도해줄 정령입니다.”




아군은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비록 빛의 덩어리에 감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군은 그녀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님과 저희들은 아직 만날 때가 아니랍니다. 오늘의 만남을 이것으로 마쳐야 합니다. 우린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주인님.......그때까지 안녕.”




두 명의 여인들은 다시금 빛의 공간으로 살아졌고, 아군은 공중에 손을 내밀어 떠나는 그녀들을 잡으려 노력해 보았다.




수혜는 주위가 어둠에 잠기고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 추위와 공포심에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기절한 아군이 안겨있고 앞에는 아군의 속에 죽은 멧돼지가 검은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그녀가 타고 온 말도 이미 늑대의 울음소리에 놀라 도망가 버렸다. 수혜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공포심에 떨면서도 기절한 아군의 겉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안돼. 돌아와요. 당신들은 누구죠.”


“아군.........아군 정신이 들어. 아군. 나야. 수혜야.”




아군은 수혜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가씨.........여기가 어디죠.”


“아군 깨어난 거야. 고마워 아군. 난 아군이 죽은 지 알았어.”


“아가씨 울어요.”


“아니야. 이제 안 울어. 아군. 몸은 괜찮은 거지. 그치”




아군은 아가씨의 품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이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고, 아픈 곳도 없었다. 다만 머릿속이 멍하고 뭐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느낌이다. 아군은 자신의 앞에 멧돼지가 검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괜찮아요. 그런데........날이 어두워졌네요. 아~ 그리고 멧돼지는 누가 처리한 거죠.”


“바보! 아군이 처리했잖아. 아군 나 혼자서 무서워서 혼났어. 아군 정말 괜찮은 거지. 응~”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이놈이야 몸뚱이는 튼튼하잖아요. 자~ 우리도 내려가야죠.”


“그런데........말이 도망쳤어. 어떻게 돌아가지.”


“자~ 제등에 업히세요.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업어줄게. 아군 아직 아프잖아.”


“하하하~ 무슨 말씀을 하세요. 자요. 빨리 업히세요.”


“정말 괜찮은 거야.”


“예~ 걱정하지 마시고 등에 업히세요.”




수혜는 아군의 등에 업혔다. 아군은 수혜를 업고도 거든하기 일어나 산을 내려갔다. 멀리서 다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수혜는 겁을 먹고 양팔로 아군의 목을 감고 몸을 붙인다. 아가씨에게 은은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아군의 코끝에 스친다. 아군은 기분이 이상해 졌지만 아가씨가 목을 조르고 있었기 때문에 숨이 막히면서 이상한 상상은 곧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렸다.




“아가씨 숨 막혀요. 목 좀 풀어주세요.”


“미..........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저기 아군. 몇 가지 물어봐도 돼.”


“뭐요. 말씀하세요.”


“좀 전에 돼지 상대할 때 쓰던 거 말이야. 이상한 신법하고 권법.......그거 어디서 배운 거야.”


“아~ 그거요. 그걸 권법이나 신법이라고 해요. 음~ 전 배운 적 없어요. 제가 어릴 적에 장백산에서 살았잖아요. 그때 동물들하고 장난도 치고 사냥도 했죠. 그때 동물들에게 배운 겁니다.”


“동물들에게 배워. 그게 가능해.”


“그냥 그들과 장난치면서 놀다보니까 동물들의 움직임을 따라하게 된 거죠.”


“혹시.......할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아니고.......그때 있었잖아. 동굴속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제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시지 않았어요. 한번은 제가 할아버지에게 동굴속의 낙서 같은 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할아버지는 빙긋 미소만 지으시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죠. 또 한번은 할아버지가 새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제도 가르쳐 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죠. 그때 할아버지는 자신의 그릇이 너무 작아 누구 가르칠만한 능력이 못된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그리고 또 나중에 뭐하고 하셨는데.........그래.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중에 때가 되면 모두 알게 된다고 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몰라요.”


“그래.............또 한 가지.........조금 전에 아군 몸이 빛나며 멧돼지를 죽었어. 그건 어떻게 된 거야.”


“제가요? 기억도 없는데.........그게 어떻게 된 거지.”


“아군도 몰라.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글쎄요.......전 아가씨가 멧돼지를 처리하신 줄 알았는데........아~ 할아버지에게 제가 어리 적에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또 이런 말씀도 하셨죠. 제가 그렇게 변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런데 그게 말이죠........저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비밀로 하라는 건지........참~ 웃기죠.”


“할아버지가 비밀로 하려고 했다고.........그래. 하긴 내가 보기에도 아군이 그렇게 변하니까 무섭더라. 그런데. 정말 아군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하하하! 제가 언제 아가씨께 거짓말 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요.”


“알았어. 그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할게. 다른 사람이 알면 아군을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이번일은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


“알았어요........어~ 저기 봐요. 불빛들이 많이 보여요.”




그때 멀리서 수혜와 아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벽궁세가에서 아군과 수혜가 밤이 깊도록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이 찾으려 나선 것이다. 아군은 그날 마님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혼났다. 만일 수혜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군은 그날로 벽궁세가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수혜는 아군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걸 말하게 되면 아군의 비밀까지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혜는 눈물로 부모님께 호소하였다. 부모님은 자신의 청이라면 어떤 부탁도 거절하지 못한다. 거기에 눈물까지 흘리며 사정하니 부모님도 아군을 욕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당부하셨다.




사람들이란 참 웃기는 존재들이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서로 친숙해 질수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평소 외롭게 지내던 수혜와 천애고아인 아군은 어려서부터 같이 지내서 그런지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과 수혜는 금아산에서의 일이 있고부터 더더욱 친숙해졌다.




ps : 낭만을 꿈꾸는 늑대를 끝내고 새롭게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이제 이번부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쓴걸 모두 게시판에 올린 것니다. 아직 제목도 정하지 못하고.......이야기가 다시 과거로 돌아왔죠. 이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니...앞으로 또 열심히....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에도 많은 성원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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