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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 43 개미의 날개 30청담동에서 유경에게 전화를 한 후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데, 추위와 감기로 떨리는 손가락은 어느세 오피스텔에 도착해 익숙한 번호 8자리를 누르고 있었다. 경쾌한 디지탈 음과 함께 하루종일 잠겨있던 도어락이 풀리자 지금까지 물고 있던 담배를 빈 복도에뱉어내고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섰다. 뜨거운 물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것도, 하루종일입고 있었던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도 모두 잊은 채 한시 바삐 침대속으로 들어가 눈을 붙이고 싶었다. 딱히 누구를 향한 것이라고 할 것도 없는, 치밀어 오르는 이 분노…
이후 미팅은 평소와 같이 진행되다 끝났다.“흐아~”앞에있던 현아가 몸이 찌뿌둥한지 만세를 부르듯 기재개를 쫙 폈다. 그러자 C쯤 되보이는 가슴이 가볍게 흔들렸다.‘크긴 크구나... 저거 자연산일까.’본인 귀에 들어가면 상당히 기분 나쁠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뭐 속으로 생각하니 어떠랴. 진수는 계속 쳐다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는 지윤을 살며시 쳐다봤다.‘로멘스 소설을 쓰나? 귀여운 인상이네. 남자친구한테 사랑받겠어.’진수가 가볍게 피식 웃자, 현아가 진수를 바라보고는 씨익 웃었다.“이야~ 저 음흉한 미소좀 봐. 진수씨 애인도 있잖…
감기 - 42 개미의 날개 29회사에서 청담동까지 가기 위해 472번 버스를 타려다가, 이 시간이면 차안에서 보내는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지하철을 타긴 했지만 압구정역에서 내려 한동안 걸어가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상진을 만나기 위해 몸을 실은 지하철에는 아침 출근시간의 지하철에는 덜 깨인 졸음을 이기기 위해 멍한 표정의 긴장감이 아닌, 전쟁같았던 하루를 마감한몸에 베인 나른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녀석과의 약속만 아니라면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하루동안 몸속에 스며든 피로를 풀어버리고 싶었다. 감기에 이어 몸살까지 올…
감기 - 41 개미의 날개 28어차피 그녀 정도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든 간에 자신만의인맥 정도는 충분히 사내에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타락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그물의 한 부분으로 쓰이기 위해 부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충실히 하면 될 것 같은 이 좁은회사안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편가르기식 실랑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입안 가득 머금고 있는 담배 연기와 함께 씁쓸한 맛을 느끼게 만들었다. 나 또한 그랬고…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이 바빠 최근 글을 쓰는 것이 한동안 힘들었습니다.가능하면 빨리 글을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드디어 감기가 40편이나 되었군요. 감기 만큼은 느리더라도 연재중단은 없습니다.감기 - 40 개미의 날개 27오피스텔의 창밖으로 들려오던 도시의 소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하게 들려오다 완전한 정적에 휩싸인 시간. 좁은 내 침실의 침대에는 그것과 별개의 소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둥켜안고 있는 두 팔 사이에는 뜨겁고 끈적이는 촉감과 함께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지금 이 순간 내가 …
지연은 머리를 쓸어올려 손에 끼워놓은 곱창을 두 번 돌려 말총머리를 만들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사람 사는게 정붙이고 살면 못살것도 없겠지만 붙어있던 정이 떨어져 나간 마당에 아쉬워 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텅빈 집안을 둘러보던 지연은 왠지 모를 허탈함에 서둘러 가방을 메고 등을 돌렸다.입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엘리샤가 안경 너머로 눈물을 훔쳤다.“또..또 우리 엘리샤~ 알고보니 눈물공주였네? 호호~”“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닌데 그만울어~ 나 마음 아프잖아”엘리샤의 눈물은 자신을 알아봐준 고마움보다 친가족처럼 대해준 지연에 …
머-다. 그 가시나가 니 좆을 봤다고야?”읍 소재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학이 있는 곳이라 유흥가는 형성이 되어있었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기숙사 얘기를 듣던 종길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씨발 놈이 쫌 째깐 소리로 말하랑께 그러네.”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우리는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근께 내가 거시기 하고 나온디 그 앞에 떡- 허니 서있드랑께.”“그래가꼬 그 가시나가 니 큰 좆을 봤단말이제.”“아따 씨발놈아 좆을 본 것이 아니라 빤쓰만 봤당께. 빤쓰가 앞으로 불룩 튀어나온 거를 보…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규빈은 전화벨이 울리자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휴대폰 액정에 <수연이모>라고 찍혀 있자 커피를 꺼낼 생각도 잊어버리고 서둘러 통화버튼을 눌렀다.“응~ 이모~”<쪽~>규빈을 확인한 수연이 입술을 보내자 규빈도 같은 방법으로 애정표현을 했다.[쪽~ 쪼옥~!!]<킥~ 자기, 오늘 학교 끝나면 바로 올거지?>“엄마한테 전화 받았구나? 이모도 빨리 올거지?”<응, 나 지금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어~>“하하~ 알았어.. 먼저 가 있을게”규빈은 리포트를 쓰면서도 …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는지 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학 신입생이란 티를 내려는 듯 번듯한 케주얼 정장을 입은 덕분에 목덜미를 통해 찬바람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더니 눈이라도 올 것처럼 차가워진 기온 때문에 자꾸만 움츠려드는 어깨를 애써 펴보지만 곧바로 허리가 오그라들고 어깨가 움츠려진다.“야- 남대문.”뒤쪽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려는 고개를 멈추고 머리를 되뇌었다.‘고등학교 까지는 내 별명이 남대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남대문이 아니다. 당당하게 내 이름 남문(南文)을 찾아야해.’애…
만뢰산 정상으로 솟아 오른 붉은 기운은 마을 어귀에 남아있던 어둠마저 삼켜버렸다.여기 저기서 홰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부지런한 어느 농부의 마음은 벌써 논을 향하고 있었다.새벽5시가 겨우 넘었을 무렵, 경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향하던 경숙은 들려오는 까마귀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저 멀리 아카시아 나무 위에서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침부터 왠 까마귀람..”부엌에 들어선 경숙은 보온밥통을 조심스럽게 열었다.동동 떠오른 밥알을 건져내 찬물에 헹…